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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학/수학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 루이스 캐럴, 찰스 도지슨

by 헬맷쓰다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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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성공에 힘입어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출간하는데 여기는 세상이 거울과 같은 상반된 설정으로 나옵니다.

[거울 나라 앨리스]의 상반된 설정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시간이 뒤바뀐 설정입니다. 앨리스가 붉은 여왕에게 이끌려 달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숨이 차도록 열심히 달렸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실을 알게 된 앨리스는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우리가 한 것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열심히 달리면 어딘가에 가 있어야 해요."
그러자 붉은 여왕이 대답한다
"너희 나라는 느린 나라구나. 여기서는 있는 힘껏 다해 달려야 제자리에 머물 수 있단다"

물리 법칙이 통하는 세계에서는 속도 = 거리/시간이므로 속도가 빨라지면 일정 시간동안 간 거리가 길어지지만, 거울 나라에서는 이와 반대로 속도 = 시간/거리라고 정해졌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거리는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앞뒤가 바뀐 설정은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나누어 준 그 다음에 잘라!"
자른 후 나누어 주는 게 아니라 나누고 자른다는 현실세계와 상반된 설정을 한 수학자 루이스 캐럴 아니 찰스 도지슨의 "수학적 유희"를 볼 수 있는 다른 한 장면입니다.

 

앨리스의 고양이와 양자물리학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웃는 고양이 "체셔 고양이"가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앨리스가 가장 신기해하는 장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양이는 .... 이번에는 아주 서서히 사라졌다. 꼬리 끝부터 사라지기 시작해서 씩 웃는 모습이 맨 마지막으로 사라졌는데, 씩 웃는 모습은 고양이의 나머지 부분이 다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때 앨리스는 "나 원 참! 웃음 없는 고양이는 자주 봤지만 고양이 없는 웃음이라니! 태어나서 이렇게 이상한 일은 처음이야" 라며 놀라워했다.



"앨리스" 에서 힌트를 얻은 '양자 체셔 고양이'

'체셔 고양이'는 양자물리학에서 '실체와 분리된 (실체가 없는) 존재'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즉, '양자 체셔 고양이'라는 이론이 2001년 양자물리학회에서 제창되었는데, 이는 광자나 중성자와 같은 입자가 갖는 스핀이나 질량과 같은 물성이 실체와 분리해서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즉 고양이의 실체는 사라졌지만 고양이의 웃음은 존재한다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이 이론은 실제로 2014년 오스트리아, 프랑스 그리고 미국의 물리학자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진이 '양자 체셔 고양이'를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고 또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구진은 중성자 특성을 알아내는  ‘중성자 간섭법’(neutron interferometry)을 이용해 ‘양자 체셔 고양이’를 입증해 냈다고 밝혔습니다.

체셔 고양이의 웃음과 같은 개념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나옵니다. 여왕은 앨리스에게 “개가 화를 내고 가버린다 해도 개의 성질은 남아 있을 거라고!”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앨리스는 “아마 각각 다른 길로 가겠죠.”라고 대답했습니다.

앨리스의 설명은 국제공동연구진의 실험 과정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확인되었죠. 간섭계로 분리했더니 중성자(고양이)와 중성자의 스핀(고양이의 웃음)이 다른 경로로 통과했다는 것이 그들의 실험결과였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본명이 찰스 도지슨인 루이스 캐럴은 옥스퍼드대학에서 수학교수로 지냈습니다. 앨리스의 명성에 비해 수학자로서의 그는 지루한 강의와 부진한 연구로 학계에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유명한 퍼즐 연구가이자 루이스 캐럴에 대한 연구로 명성이 높은 마틴 가드너(1914~2010)는 1956년부터 25년간 사이언틱 어메리컨에 '수학게임'을 연재했는데, 루이스 캐럴에 관심을 갖고 그의 세계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1960년 '주석 달린 앨리스'를 냈고 1990년에는 '좀 더 주석달린 앨리스'를 펴냈으며 2000년 그동안의 연구를 총망라한 '앨리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드너는 캐럴이 쓴 소설, 시, 일기, 편지와 각종 팸플릿에서 찾아낸 수학 퍼즐, 수수께끼, 언어유희 등 마니아에게 흥미로운 내용을 발굴하여 책을 냈습니다. 제목은 “The Universe in a Handkerchief : Lewis Carroll’s Mathematical Recreations, Games, Puzzles, and Word Plays”. 국내에는 2000년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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